[만나러 갑니다]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를 꿈꾸며” — 희귀질환 비즈니스 아키텍트, 지창덕 상무 (下)

Sookjin Lee
Chief Business Officer (CBO) | 생명과학 박사
정밀의료·유전체 분야에서 20년간 혁신을 이끌어온 비즈니스 전문가. 학술적 전문성과 시장 통찰력을 바탕으로 혁신 기술의 상업화와 가치 창출을 가속화합니다.
Key Highlights
- 급여화의 벽: 임상 레퍼런스가 부족한 희귀질환의 구조적 한계와 더욱 험난해진 급여·약가 협상 현실.
- 진짜 파트너십: 단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유전체 데이터(RWE)로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솔루션 파트너’의 역할.
- 커리어와 원동력: 10년 주기의 전환기 속에서 발견한 일의 본질과 희귀질환 생태계를 향한 지향점.
지난 1편 이야기 (Recap) 1편에서는 지창덕 상무가 안정적인 블록버스터 영역을 떠나 희귀질환 분야로 뛰어든 계기와 함께, [제약사-진단사-유통사] 3자 협력을 통해 기존 파이를 나누는 대신 진단 시장 자체를 확대해 환자의 진단 시간을 당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기를 다루었습니다.
PART 3. 약 도입과 급여화, 그리고 파트너십
Q. 약을 들여오는 것과 급여를 받아내는 것, 어느 쪽이 더 긴 싸움인가요?
지창덕 상무: 둘은 한 몸이지만, 요즘은 급여와 약가를 받는 쪽이 훨씬 험난합니다. 심평원에는 과학적 근거를, 건보공단과는 재정을 논의하고, 내부 사업 타당성까지 저울질해야 하니까요.
국제 참조가격(IRP)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 위험분담제(RSA)와 사후평가 같은 복잡한 장벽도 높습니다. 특히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임상 레퍼런스가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늘 발목을 잡죠.
이숙진 CBO: 점점 복잡해지긴 하지만, 각자의 입장이 또 이해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어떻게 하면 최적의 효율을 만들어 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다 동일할 거니까요.
Q. 진단 회사가 제약사의 진짜 파트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까요?
지창덕 상무: 진단 회사가 단순히 기술만 제공하는 ‘Service Provider’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Solution Partner’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B2B뿐 아니라 B2C 관점에서도 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업계 동향(Industry Dynamic)을 읽는 통찰이 필요하죠.
특히 앞으로는 실사용 근거(RWE)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커질 겁니다. 진단 과정에서 쌓인 유전체 데이터는 단순한 데이터를 넘어 신약 개발, 사후 평가, 보험 급여 결정의 핵심 자산이 될 테니까요. (물론 3Billion은 이미 잘하고 계시겠지만요!)
이숙진 CBO: 네. 최근에 제약사에서도 특정 유전자로 진단된 환자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많으세요. 참 환자와 가족분들두요. 저희도 최대한 가능한 범위에서는 공유하며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Q. 진단 기업이 제약사에 대해 가장 오해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 쓴소리도 좋습니다.
지창덕 상무: 제약사는 단순히 ‘약 하나 더 팔려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사람’입니다. 진단 기업이 제약사의 이 미션과 비전을 이해하고, 환자 여정을 같이 그려나가는 진정성 있는 파트너십을 가진다면 훨씬 더 위대한 결과를 함께 만들 수 있을 겁니다.

PART 4. 잠시 멈춤, 그리고 미래
Q. 전환기를 지나오시며 일하는 방식이나 가치관에 남은 변화가 있다면요?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궁금합니다.
지창덕 상무: 돌아보면 10년마다 변화의 파도가 왔어요. 하지만 이번 멈춤은 온전히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죠. “내가 뭘 잘해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지?”, “왜 그걸 하고 싶지?”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떤 배를 타고 어떤 옷을 입느냐보다, 내 안의 ‘원동력’을 확인하는 게 먼저니까요.
“내가 뭘 잘해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지?”, “왜 그걸 하고 싶지?”
이숙진 CBO: 네. 바쁘게 지내다 보면 나에 대한 질문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점점 일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되기도 하구요. 저도 잘 새겨 듣고 제 안에 소리에 집중해보겠습니다.
Q. 앞으로 5년, 국내 희귀질환 환경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지창덕 상무: 7,000여 종의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건 단 5% 뿐입니다. 그마저도 진단이 안 돼서, 혹은 치료제가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조금이라도 넓히고 싶습니다. 빅데이터와 AI로 치료제 개발이 빨라지길 기대하면서, 해외의 좋은 치료제가 국내 환자들에게 적시에 닿을 수 있도록 단단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지창덕 상무: 제가 한 일들이 희귀질환 환자의 삶이 나아지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다면, 그리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저 사람과 함께 일해서 참 의미 있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숙진 CBO: 함께 했던, 해 갈 동료로서 “상무님과 함께 일해서 참 의미 있었습니다” 라고 전해드립니다.
같은 비전을 바라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아가는 동료들을 만날 때,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금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의료진과 제약사, 그리고 진단 기업이 함께 만들어갈 생태계 속에서, 우리가 환자들을 위해 무엇을 더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 쓰리빌리언 CBO 이숙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