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러 갑니다」 ① 미운오리새끼에서 진정한 파트너로
삼성창원병원 소아신경과 이준화 교수님을 만나다.

교수님을 알게 된 지도 어느새 5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가 아직은 성행하던 그 시절, 줌으로 처음 만나 나누었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웨비나 잘 들었어요.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라는 질문에 저는 잘 설명드려 보았으나, 돌아온 첫 답변은 “그런 방식으로는 쓸 수가 없네요.” 였습니다.
병원에서 세팅된 기존 검사들과 달리, WES/WGS 기반의 분석은 어디에도 정의 내려지지 않은 미운오리새끼 같은 존재였거든요. 그래서 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교수님들이 하셔야 하는 일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럼 선생님이 편하신 방법대로 보내주세요. 뒤는 저희가 해결할게요.”
되돌아 보았을 때 한 가지 잘했다 칭찬하고 싶은 건, 우리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현장의 이야기를 수용했다는 것. 물론 모든 걸 해결해 드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이해로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불편하지만 “환자 진단을 위해서는 진심인 회사”, 그것은 저희가 반드시 붙잡아야 할 요소였어요. 그게 저희의 최선이었습니다. 그 정성을 알아주셨고, 교수님과 오랜 시간 많은 환자들의 진단을 함께 해갈 수 있었습니다.
늘 친절히 함께 하는 저희의 노고를 인정해 주시고 감사 인사를 전해 주시며, 때로는 피드백도 솔직히 주시는 선생님을 직접 뵈러 7월의 어느 날 창원으로 향했습니다. 형식적인 인터뷰가 아닌 편한 대화 속에 많은 인사이트를 주셨고, 그 내용을 정돈하여 공유드립니다.
이준화 교수님 소개
삼성창원병원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주로 소아신경·희귀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계십니다. 2021년부터 쓰리빌리언과 협력해 200명 이상의 환자 진단을 진행하고 계시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과 ‘국가 희귀질환 진단지원 프로그램’, ‘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가 지원하는 LSD 진단 활성화 사업’에도 참여하고 계십니다.

쓰리빌리언 서비스를 처음 고려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쓰리빌리언에서 하는 웨비나를 듣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희귀질환 진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늘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었습니다. 소아 환자들은 증상도 광범위하고 진행형이 많아 패널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WES이나 WGS 기반의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당시에 운영되던 지원 사업이 있었지만 결과를 얻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고,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긴 불확실성과 고통을 겪는 환자와 가족이 많았습니다.
특히 소아 환자는 진단이 늦어질수록 중요한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쓰리빌리언이 WES/WGS 기반으로 빠른 결과를 준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고려해 보게 되었습니다.

막상 도입하려니 현장에서 걸리는 부분도 있으셨어요. 어떤 고민이 되셨나요?

# 그런 방식으로는 쓸 수가 없네요. – 도입의 벽
사실 서비스의 장점은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기술력도 좋아 보였구요. 문제는 접근성이었습니다. 쓰리빌리언 검사가 병원 내 코드로 잡혀 있지 않다 보니 검사를 내려면 별도 시스템에 따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게 가장 큰 허들이었어요. 진료를 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어요. 환자 보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진료를 모두 끝내고 그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큰 부담이고 허들이에요. 외래를 보면서 인터넷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검사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도 부담인데 일일이 증상을 입력한다든지 검체 운송을 요청한다는 것은 더욱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쓰리빌리언에서 도입 초기에 그 부분을 과감하게 지원해줘서, 제가 외래에서 종이에 체크만 하면 간호사를 통해 검체가 나갈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을 수용해 주셨습니다. 시스템 사용을 무조건 요구한 게 아니라 먼저 장벽을 낮춰 주신 덕분에 부담 없이 접해 볼 수 있었어요.
지금은 익숙해졌고 시스템의 장점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함께 열심으로 도와주는 PA간호사와 외래 간호사가 없으면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도와주는 인력이 없는 경우, 회사에서 1명이라도 전담 인력을 배치해서 — 의사는 의뢰 용지에 의뢰 항목과 증상을 체크만 하고, 외래 간호사가 사진을 찍어 담당자에게 보내면 나머지 프로세스는 진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검사를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맞는 말씀입니다. 정책적인 부분을 단숨에 해결할 수 없어 저희도 답답하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잘 새겨듣고 최선의 방법을 계속 찾아가 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검사 업체와 비교했을 때 저희의 핵심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빠른 결과 확인 외에도,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결과 해석에 대한 원활하고 직접적인 소통입니다. 결과에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임상유전학 팀에 쉽게 문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의미가 불확실한 변이(VUS)나 임상적 연관성 검토가 필요한 경우 추가 의견을 요청할 수 있어 실제 진료에 매우 실용적입니다.
또 신생아와 영유아는 채혈도 어렵고 다른 검사와 같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채혈량이 많으면 이 또한 큰 장애물인데, 혈액 대신 구강상피세포(buccal swab)로도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패널 검사의 급여 부담금도 높아져서, 사실 가격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 없이 더 많은 유전질환을 진단할 수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쓰리빌리언은 진단이 되지 않은 환자의 데이터를 계속 다시 봐 준다는 점이 엄청난 강점이에요. 임상의가 새 논문을 일일이 찾아보거나 변이를 다시 해석하고 있을 겨를은 없거든요. 그 일을 대신 이어서 해 주는 셈입니다.

임상유전학을 하셨거나 소아과 선생님들은 상대적으로 경험도 많으시고 이해도 깊으시다 보니 익숙하시지만, 여전히 희귀질환 환자를 마주하시고 진단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듯해요. 누구에게 무엇을 권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시겠죠.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있으실 듯한데, “어떤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검사를 권하시나요?

# ‘감’은 어떻게 생기는가?
저도 여전히 정답은 없고 정확하게 기준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많이 보다 보니 환자의 증상이나 병력을 듣다 보면 ‘감’이 옵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요. 확실히 이론으로 배우는 것보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신호를 알아채는 게 더 쉬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결국은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을 통해서 유전질환에 관심을 가졌고, 또한 환자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것 같습니다.
몇 분의 기억에 남는 중요한 환자들을 잠깐 말씀드리면 — 25년 전에 초등학교 3학년 된 환자가 고열과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서 외래에서 봤는데, 약간 느낌이 이상해서 입원시켰더니 몇 시간 만에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고, 이후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으로 진단된 환자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었지만,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매우 드물고 오빠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기에 조금 이상했어요. 많은 고민과 검사 끝에 보체 7번 결핍에 의한 유전병임을 확인했습니다. 증상 있을 때 즉각적인 3세대 세파 항생제만 사용하면 되는데, 결국 오빠는 타 병원에서 즉각적인 항생제 사용이 늦어져 사망하였고, 제 환자도 몇 번의 고비를 맞았지만 지금은 30대로 결혼도 하고, 지금까지 예방접종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은 20년 전에 삼성창원병원에 처음 부임했을 때, 난치성 뇌전증과 전반적 발달지연이 있었던 환자로, 보호자가 원인을 알 수 없어 너무나 힘들어 했던 환자였습니다. 결국 제가 미국 연수 때 미국에서 시행한 패널 검사로, 당시 전 세계에 13명밖에 진단되지 않았던 희귀질환인 beta-ureidopropionase deficiency로 진단하여 보호자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환자는 10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지만, 보호자는 정상적인 동생들을 다시 출산하시고 지금까지도 저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외에 고셔병 환자, 파브리병 환자, 뮤코다당증 환자,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등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과 엮이다 보니 감각이 조금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소아신경 환자들을 보고 있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전반적 발달지연 또는 대근육 운동만 유독 지연이 있거나, 몸에 여러 기형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유전자 검사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진단이 되어도 치료가 안 되는 환자도 있어서, 진단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치료가 없어도, 진단이 필요한 이유
진단을 해도 치료약이 없거나 치료 방법이 없는데 굳이 유전자 검사까지 해야 되는지 — 많은 보호자들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당연합니다. 실제로 유전자 검사로 진단이 되어도 현재까지 치료 약제가 개발된 경우는 약 5%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검사가 필요 하냐에 대해, 저는 보호자에게 이렇게 설명 드립니다.
- 환자가 무슨 병인지 알고 싶지 않으신지요? 왜 이런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 WGS(지놈) 검사를 해도 현대 의학으로는 최대 50% 정도밖에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이전에는 10%도 못 밝혔기 때문에 많은 발전을 한 것이다. 아직 5% 정도밖에 치료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현재도 비약적으로 약물이 개발되고 있고, 환자가 무슨 병인지 알아야만 새로운 약이 개발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 치료 약제가 없다 하더라도 원인을 알면 앞으로 환자가 어떤 증상이 더 생길 수 있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기에, 예를 들어 심장검사·신장검사·혈당검사 등을 하여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 보호자가 만일 동생을 갖고 싶다면 반드시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어야 하고, 환자가 진단이 되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 질환이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M)에 허용된 질환이라면 시험관 아기를 통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 만일 환자가 성장하여 결혼을 하는 경우라면,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이나 미리 예방도 가능하다.
또 최근의 한 소아 케이스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영아 환자로, 여러 신체 기형과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고 거의 뇌사 상태로 기약 없이 입원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경제 사정도 너무나 딱했고, 분명 유전질환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나 검사할 비용조차 없었습니다. 이에 쓰리빌리언에 검사 지원을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지원해 주셔서 autosomal recessive ‘Asparagine synthetase deficiency’로 확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 결과가 환자의 임상 양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임상팀과 논의하고, 특정 변이의 의미와 다음 단계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환자는 더 이상의 추가 치료가 무의미하고 보호자들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끝에, 전체 보호자를 불러 자세히 설명하고 뇌사 판정을 하여 아기 천사로 보내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큰 슬픔이었지만, 이후 부모님은 환자가 ‘왜 그런지’를 알고 상황을 이해하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고, 의료진과 쓰리빌리언에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동생을 출산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보호자 검사를 시행하여 부모 모두 보인자임을 확인하고, 시험관 아기를 시행하기로 한 경우를 보며 진단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느꼈죠.

네, 기억납니다. ‘진단해 주셔서 고맙다, 부모님도 고마워하셨다, 안타깝지만 더 고통 받지 않게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서 아이가 오늘 세상에 이쁜 별이 되었다‘고 소식을 전해 주셨어요. 그런 순간을 마주하면, 단순히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마음을 넘어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회사 전체 구성원에게 공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단’이 되고 뭔가 ‘해결’이 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두요. 누군가에게, 또는 가족에게 다음을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지방 병원이라서 겪는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물론 서울에 비해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의료 인력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 병원 인프라 미흡 등입니다. 그러나 환자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지방 병원이라 하더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쓰리빌리언 검사도 조금만 숙달되면 충분히 지방에서도 가능하므로 환자에게 확진해 줄 수 있고, 경제적·시간적으로 불리한 환자들이 멀리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큰 보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운오리새끼로 시작한 검사 하나가, 5년의 시간을 지나 한 아이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다음 생명을 준비하는 자리에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감’과 경험이 실제 질환을 어떻게 잡아내는지 — 파브리병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 예고 — ②편 「놓치지 않으려면」
- 한 가계에서 5명의 파브리병 환자를 찾아낸 사례
- 신경·심장·신장은 익숙해도, 안과와 피부과에서 놓치기 쉬운 결정적 신호
- 치료가 있는 질환에서 조기 진단이 왜 결정적인가 — ERT와 신생아 선별검사
- 그리고, 소아과를 택한 이유와 『파우스트』 — 알수록 겸손해지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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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kjin Lee
기술 및 시장 통합 전문가 |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 유전체 데이터 기반 의료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저는 좋은 기술을 시장 요구에 맞춰 영향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시장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촉진하여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