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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운동성 언어장애 아동, 유전자 검사 먼저 해야 할까?

인사이트 | 26. 05. 15

“말이 늦는 아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최신 연구가 답을 내놓았습니다.

생각보다 드물지 않은 문제

아이가 말이 늦거나, 발음이 유독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외래를 찾아오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전체 소아의 약 5% 는 조음장애나 음운장애 같은 말소리 문제를 경험합니다. 대부분은 만 7세 전후로 자연스럽게 호전되고, 언어치료를 통해 회복되는 경과를 밟습니다.

그런데 그중 일부 아이들은 다릅니다.

치료를 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고, 말이 일관되지 않으며, 청소년기나 성인이 되어서도 언어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전체 소아의 약 0.1%(1,000명 중 1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훨씬 드물고 심각한 유형의 운동성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소아 말 실행증(CAS, Childhood Apraxia of Speech)마비말장애(Dysarthria) 입니다.

CAS와 Dysarthria, 무엇이 다른가

CAS는 말소리를 만들어내는 계획·순서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장애입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할 때마다 발음이 달라지고, 소리와 소리 사이의 전환이 어색하며, 말의 리듬과 억양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전두엽과 기저핵 경로의 문제로 이해됩니다.

마비말장애(Dysarthria) 는 조금 다릅니다. 말소리를 실행하는 근육 자체의 조절과 협응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구강 근긴장도 이상, 불명확한 조음, 비음화 등이 나타납니다. 뇌간과 피질연수로(corticobulbar tract)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예후가 더 복잡해집니다.

원인을 몰라 떠도는 가족들

이 아이들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원인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MRI를 찍어도 이상 없음. 대사 검사를 해도 이상 없음. 소아과, 신경과, 재활의학과를 전전하며 수년을 보내지만 “왜 우리 아이가 이런지”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진단 여정(diagnostic odyssey) 입니다.

실제로 이런 운동성 언어장애에 대한 유전적 원인 연구는 최근 5년 사이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연구 기반 코호트에서 유전 진단율이 약 30% 수준이라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임상 현장에서 실제 검사를 시행했을 때의 진단율은 아직 조사된 적이 없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처음으로 측정한 유전 진단율

2026년 1월, European Journal of Human Genetics 에 발표된 연구(Van Niel et al.)가 이 공백을 처음으로 채웠습니다.

호주 로열 어린이 병원의 3차 소아 병원 언어 클리닉에서, CAS 또는 마비말장애로 확인된 2세 7개월~16세 5개월 아동 153명을 대상으로 임상 승인된 유전체 분석 파이프라인을 적용했습니다.

검사는 세 가지로 구성됐습니다.

  •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CMA): 큰 규모의 염색체 결실·중복 탐지
  • Fragile X PCR: 취약 X 증후군 선별
  • 엑솜 시퀀싱(Exome Sequencing): 단일 유전자 수준의 변이 분석 (가능한 경우 부모 포함 trio 검사)

결과는 어땠나요?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운동성 언어장애에서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을 때, 약 3명 중 1명에서 원인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29% 라는 숫자가 왜 중요할까요? 

현재 임상에서 유전자 검사가 표준진료로 자리 잡은 신경발달 질환들의 유전 진단율과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수치는 사실상 같습니다. 그런데 뇌전증이나 뇌성마비 아이에게는 유전자 검사가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운동성 언어장애 아이에게는 여전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 부분을 문제로 제기합니다. 

어떤 유전자들이 원인이었나요?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병인 유전자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 크로마틴 조절인자 / 전사 조절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SETD1A, SETD2, SETD5, NSD1, EHMT1 등 SET domain 단백질군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단백질들은 methyltransferase superfamily의 구성원으로, 번역 후 단백질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신경발달 장애와의 연관성이 점점 확인되고 있습니다.
  • 이온채널 · 용질 운반체: CACNA1A, SCN8A, KCND3, SLC6A1, SLC6A8 등이 포함됐습니다.
  • 세포 신호전달 경로: FBXW7, RAF1, PPP2R5D, TAB2 등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ADGRL1, ANK2, BPTF, CAMK2A, CUX1, FBXW7, KCND3, NSD1, RAF1, SETD2, SLC6A8, SPTBN1, SRRM2, TAB2, TRIM815개 유전자를 CAS 및 마비말장애의 새로운 원인으로 처음 보고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를 먼저 검사 해야 하나요? 

검사를 모든 아이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유전 진단을 예측하는 임상 인자”를 분석했습니다. 오즈비(Odds Ratio)를 통해 어떤 동반 소견이 유전 진단 가능성을 높이는지 확인한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보행 발달 지연은 단독으로 OR이 15.96으로 압도적입니다. 말이 늦는 아이를 볼 때 “걸음마는 언제 뗐나요?”라는 한 마디가 유전자 검사 의뢰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 CAS와 마비말장애가 동시에 있는 경우, CAS만 있는 경우보다 유전 진단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두 가지가 겹쳐 보이면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ASD 동반은 왜 반대로 낮을까

흥미로운 역방향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유전적 구조의 차이로 해석합니다. 유전 진단이 되지 않은 군의 약 47.7%에 ASD 소견이 있었는데, 이는 이 집단의 언어장애가 단일 유전자 원인(monogenic)보다 다유전자(polygenic) 경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연구팀은 CAS의 유전적 구조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 단일유전자형 CAS: 인지·운동 장애, 이형성증을 동반, 유전 진단율 높음
  • 다유전자형 CAS: 인지·운동은 비교적 보존, ASD 소견 동반, 유전 진단율 낮음

Fragile X 검사, 계속 필요할까

이번 연구에서 Fragile X 진단 사례는 0건이었습니다. 이전 전향적 연구들에서도 CAS 코호트에서 Fragile X 진단이 나온 사례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물론 단 한 연구의 결과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CAS가 주 호소인 경우에 Fragile X PCR을 검사 패널에 일순위로 포함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요약: 이런 아이라면 유전자 검사를 먼저 고려하세요

운동성 언어장애(CAS 또는 마비말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다음 소견이 하나 이상 동반된다면, 임상 유전체 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보행 발달 지연 (가장 강력한 신호)
수용 언어 장애
경계선 또는 경도 지적장애
이형성증(얼굴/신체 특이 소견)
대근육 또는 소근육 운동 지연
CAS와 마비말장애 동시 존재

반대로, ASD가 주된 동반 소견이고 다른 항목이 없다면 단일유전자 원인 가능성은 낮으며, 검사 결과 해석 시 이 점을 감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 방법은 엑솜 시퀀싱(가능하면 trio) +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의 조합이 핵심입니다.

마치며

말이 늦는 아이는 많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진짜로 “왜”라는 질문에 답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처음으로 그 답을 찾아낸 경험을 보고하며, 운동성 언어장애를 뇌전증·뇌성마비와 동등한 수준의 유전적 원인 가능성이 있는 질환으로 바라볼 것을 권고합니다.

유전자 검사 한 번이 수년간의 진단 여정을 끝내고, 아이와 가족에게 정확한 원인과 방향을 줄 수 있습니다. 외래에서 보행 발달을 한 번 더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쓰리빌리언은 자동화된 AI 재분석 기술과 함께 엑솜 시퀀싱을 제공합니다. 검사 비용, 프로세스, 샘플 체취 방법 등 궁금한 내용을 남겨주세요. 전문 상담원이 신속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참고문헌: Van Niel H, Lauretta M, Baker E, et al. Childhood motor speech disorders: who to prioritise for genetic testing. Eur J Hum Genet. 2026;34:639–648. DOI: 10.1038/s41431-025-01993-9


*본 글은 의학 정보 공유 목적으로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개별 환자의 진단 및 치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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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kjin Lee

기술 및 시장 통합 전문가 |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 유전체 데이터 기반 의료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저는 좋은 기술을 시장 요구에 맞춰 영향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시장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촉진하여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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