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NU의 재발견: IDO1 억제제 실패의 돌파구가 될까
📍Key Takeaways
1. CD8 T세포는 키뉴레닌을 분해하지 못합니다. KYNU가 없기 때문입니다. IDO1을 차단해도 T세포 억제가 지속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G-APC는 M-APC보다 KYNU를 32배 더 발현합니다. 종양 미세환경 내 어떤 APC 서브타입이 존재하느냐가 키뉴레닌 유발 억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3. KYNU 발현 G-APC는 직접 접촉 없이도 CD8 T세포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면역 결과를 결정하는 건 신호전달만이 아니라, 대사 환경 자체입니다.

지금까지의 가설: IDO1만 막으면 된다
종양 면역치료에서 오랫동안 유력한 가설이 있었습니다. 암세포가 IDO1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면역세포를 억누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효소를 막으면 면역이 살아날 거라는 논리였죠.
IDO1은 트립토판을 키뉴레닌으로 바꾸는 효소입니다. 암세포가 IDO1을 많이 발현할수록 종양 주변에 키뉴레닌이 쌓이고, 이 키뉴레닌이 CD8 T세포(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면역세포) 안으로 들어가 기능을 억누릅니다. 구체적으로는 AHR(아릴탄화수소 수용체)이라는 수용체를 켜서 IFN-γ 생산을 줄이고, T세포의 살상 기능을 꺼버리는 방식입니다.
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IDO1을 막으면 키뉴레닌이 줄고, T세포가 살아나고, 암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
현실은 달랐다
2019년, 이 가설을 직접 검증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IDO1 억제제 에파카도스타트와 면역관문억제제 펨브롤리주맙의 병용 요법이 흑색종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율을 높이지 못한 겁니다(ECHO-301/KEYNOTE-252). 이후 여러 IDO1 억제제 프로그램이 연이어 축소되거나 중단됐습니다.
왜 효과가 없었을까요?
빠진 퍼즐 조각: 키뉴레닌을 누가 처리하느냐
2026년 4월 Cell Reports에 발표된 Giacomantonio 등의 연구가 이 질문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놨습니다. 논지는 이겁니다. IDO1을 억제해서 키뉴레닌 생산을 줄여도, 이미 환경에 존재하는 키뉴레닌을 분해할 수 있는 세포가 없다면 T세포 억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
문제의 핵심은 CD8 T세포가 키뉴레닌을 잘 흡수하지만, 분해는 못 한다는 데 있습니다. 키뉴레닌을 쪼개는 효소인 KYNU(kynureninase)가 CD8 T세포에는 거의 발현되지 않거든요. 흡수된 키뉴레닌이 세포 안에서 계속 AHR을 자극하고, T세포는 억제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KYNU는 어디에 있을까요?
KYNU는 특정 항원제시세포에만 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항원제시세포(APC)를 비교했습니다. 항원제시세포란 T세포에게 “이게 적이야”라고 알려주는 면역세포입니다.
G-APC(GM-CSF 신호로 분화한 대식세포·수지상세포)는 KYNU를 M-APC보다 단백질 수준에서 32배 더 많이 발현합니다. 실제로 키뉴레닌을 배양 환경에 넣으면 G-APC는 이를 흡수하고 분해해서 안트라닐산, 피콜린산, 퀴놀린산 같은 하위 대사물로 전환합니다.
M-APC(M-CSF 신호로 분화)는 반대입니다. KYNU가 거의 없어서 키뉴레닌을 분해하지 못하고 배양액에 그대로 남깁니다.
중요한 포인트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G-APC의 KYNU 활성은 IDO1 발현과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분해된 키뉴레닌이 에너지 대사(NAD⁺ 합성)에 쓰이지 않습니다. 즉 G-APC가 키뉴레닌을 분해하는 건 에너지를 위한 게 아니라, 면역 환경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폐포 대식세포에서도 이와 동일한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실험으로 직접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결고리를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G-APC의 배지로 처리한 CD8 T세포에서는 키뉴레닌이 유발하는 AHR 반응(Cyp1a1, Cyp1b1 발현)이 유의하게 줄었습니다. 반면 KYNU를 제거한 G-APC(KYNUem1)의 배지에서는 이 효과가 사라졌고, AHR이 없는 CD8 T세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YNU가 키뉴레닌을 분해하고, 그 결과 AHR이 억제되고, T세포 기능이 회복된다는 인과관계가 단계별로 확인된 겁니다.
더 나아가, IDO1을 과발현하는 TC1 폐암 세포와 G-APC를 함께 배양했을 때, G-APC는 암세포가 만들어낸 키뉴레닌을 분해해 CD8 T세포의 IFN-γ 생산을 회복시켰습니다. 세포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트랜스웰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어요. 직접 접촉이 없어도, 주변 키뉴레닌 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까
이 연구가 열어두는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IDO1 억제제 실패의 재해석. 종양 미세환경에 G-APC가 충분하지 않거나 KYNU 발현이 낮은 상황에서는, IDO1을 막아도 키뉴레닌이 T세포를 계속 억누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 IDO1 억제제 임상을 설계할 때 종양 내 APC 서브타입을 바이오마커로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KYNU를 직접 타깃으로 삼는 전략. 이미 PEGylated KYNU 효소 치료나 KYNU를 탑재한 CAR-T세포가 전임상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더해, 체내에 이미 존재하는 G-APC를 활성화하거나 늘리는 방향도 가능성으로 제시합니다.
폐암과의 연관성. 폐포 대식세포가 G-APC와 기능적으로 유사하고, 폐 조직에 키뉴레닌이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폐암 종양 미세환경에서 폐포 대식세포의 KYNU 발현 상태가 면역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후속 연구에서 풀어야 할 질문입니다.
물론 저자들도 명시한 한계가 있습니다. 생체 내 종양 모델에서 KYNU 발현 APC의 실제 효능, 다른 면역세포에 대한 영향, 임상적 유의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IDO1 하나를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키뉴레닌을 실제로 분해해줄 세포가 없다면, T세포 억제는 계속됩니다. 이번 연구는 그 분해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왜 종양 면역치료에서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여준 연구입니다.

References
Giacomantonio MA, et al. Subversion of kynurenine-induced AHR activation in CD8 T cells by kynureninase-expressing antigen-presenting cells. Cell Reports. 2026. https://doi.org/10.1016/j.celrep.2026.117149
Long GV, et al. Epacadostat plus pembrolizumab versus placebo plus pembrolizumab in patients with unresectable or metastatic melanoma (ECHO-301/KEYNOTE-252). Lancet Oncol. 2019;20:1083–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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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jung Baek
희귀질환 진단이라는 막막한 길 위에서, 정확한 정보와 따뜻한 공감으로 여러분의 여정에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마케터 백수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