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billion
목록으로 가기목록으로 가기

[논문 리뷰] 자폐 스펙트럼과 지적 장애, 모호한 경계를 전장 유전체 분석(WGS)으로 풀다: 이탈리아 100가구 코호트 연구가 남긴 시사점

인사이트 | 26. 02. 20

🎯 핵심 요약 (Key Highlights)

WGS의 우선순위: NDD 환자, 특히 지적 장애가 동반된 경우 WGS는 기존 검사 대비 약 10%의 추가 진단율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1차 도구입니다.

가족 분석의 필수성: 증상이 미비한 부모로부터 상속된 복합 변이가 자녀에게서 중증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트리오(Trio) 분석을 통한 정밀 해석이 필수적입니다.

이차적 소견(Secondary Findings): WGS는 NDD 외에도 OTC, BRCA2, MYBPC3와 같은 임상적으로 즉각 조치가 필요한 유전적 위험을 함께 발견하여 예방 의학적 가치를 제공합니다 .


진료실에서 신경발달장애(NDD) 환자를 마주할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지적 장애(ID)의 증상을 공유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하여 정확한 진단과 예후 예측에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앞에서 “유전자 검사를 더 깊이 해보아야 할까?” 고민하셨다면, 최근 npj Genomic Medicine 에 발표된 이탈리아의 연구 결과가 훌륭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Valle d’Aosta) 지역의 NDD 환자 110명(100가구, 총 298명)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WGS)을 수행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의료진의 관점에서 이 논문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당장 내 환자들에게도 WGS 진단을 고려해 보아야 하는지 핵심 포인트 세 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세분화된 임상 그룹에 따른 진단율(Diagnostic Yield)의 극적인 차이

NDD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 연구진은 환자(발단자)들을 세 가지 그룹으로 세분화하여 접근했습니다.

ASD 단독 그룹: 지적 장애가 없는 자폐 (주로 고기능 자폐) (15%) – 가장 낮은 진단율

ASD-ID 그룹: 자폐와 지적 장애(또는 심각한 언어 장애)가 동반된 경우 (25.6%)

ID 단독 그룹: 자폐 성향이 없는 지적 장애 (44.4%) – 가장 높은 진단율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26.4%에서 확실한 병원성 변이(32개)가 확인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룹별 진단율입니다. ID 단독 그룹의 진단율은 44.4%에 달해, 유전자 검사가 확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Insight : 지적 장애(ID)가 동반되거나 단독으로 나타날 수록 단일 유전자 (Monogenic) 원인일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흔히 다인자성 요인이 크다고 여겨지는 고기능 ASD 단독 그룹에서도 15%의 환자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일 유전자 변이(병원성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능이 정상인 고기능 자폐 환자에게 굳이 비싼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까?”라는 임상적 의문에 대해, 적극적인 검사가 숨겨진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분명한 근거를 제공합니다.

2. 엑솜 시퀀싱(WES)의 한계를 뛰어넘는 WGS의 힘

현재 많은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WES를 사용하고 있지만, WES는 전체 NDD 환자의 약 70%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왜 우리가 점진적으로 WGS로 넘어가야 하는지 강력한 증거를 보여줍니다. 연구에서 식별된 32개의 질병 유발 변이 중 11개는 기존의 WES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변이였습니다. WGS는 비암호화 영역의 변이뿐만 아니라, 복제수 변이(CNV), 구조적 변이(SV) 등을 포괄적으로 탐지하여 진단율을 약 10% 더 끌어올렸습니다.

복잡한 가계 사례 (NED029 가족): 부모는 뚜렷한 장애 없이 경미한 행동 특성만 있었지만, 환자는 중증의 ASD와 ID를 앓고 있었습니다. 기존 검사로는 원인을 찾기 어려웠겠으나, 가족 단위(Trio) WGS를 통해 부모 양측으로부터 신경발달 관련 유전자(KMT2C, GLRA1, NPAS1 등)의 미세한 구조적 변이(CNV)들을 환자가 복합적으로 물려받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WGS가 아니면 퍼즐을 맞출 수 없었던 다유전자성/복합성 원인을 규명한 훌륭한 사례입니다.

3. AI 기반 재평가와 환자 가족을 살리는 ‘이차적 발견(Secondary Findings)’

검사 결과 불확실한 의미의 변이(VUS)가 나오면 의료진도 환자도 난감해집니다. 이 연구에서는 진화적 제약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알고리즘 Evo 2를 도입하여 VUS를 재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KALRN 등 기존에 명확히 ASD와 연관되지 않았던 유전자의 8개 VUS가 사실상 병원성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내어, 새로운 진단 기준 마련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더욱 매력적인 부분은 WGS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학적 조치 가능 변이(Actionable findings)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NDD 진단 목적으로 검사를 했음에도, 환자 어머니에게서 비후성 심근병증(MYBPC3)이나 유전성 유방암(BRCA2)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를 발견하여 예방적 관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선생님의 진료실에 있는 그 환자, 혹시 숨겨진 유전적 퍼즐 조각을 놓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자폐와 지적 장애는 증상이 혼재되어 임상적 평가만으로는 근본적인 병인을 분리해내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 연구는 비록 진단 비용과 분석의 복잡성이라는 장벽이 존재하더라도, 전장 유전체 분석(WGS)이 미진단 NDD 환자, 특히 기존 WES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환자나 복잡한 동반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오늘, 오랜 시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부모님의 애를 태우고 있는 환자의 차트를 다시 한번 열어보시고, WGS라는 새로운 진단적 무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3billion 뉴스레터 구독자만을 위한
희귀질환 진단 최신 정보를 받아보세요.

Sookjin Lee

기술 및 시장 통합 전문가 |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 유전체 데이터 기반 의료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저는 좋은 기술을 시장 요구에 맞춰 영향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시장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촉진하여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고자 합니다.

필진 글 더 보기

연관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