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진단생활은 희귀질환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 인터뷰입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개선되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청취하고 그를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 손님은 세브란스 병원 홍그루 교수님입니다. 2012년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며, 비후성 심근병증 및 파브리병 클리닉을 이끌고 계십니다. 임상 유전학을 전공하지 않으셨음에도 현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최신 기술을 받아들여 진단에 활용하고 있는 임상의이십니다.

이 글은 2022년 6월 8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인터뷰에는 쓰리빌리언의 CBO(Chief Business Officer) 이숙진 이사(Genie)가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지니 :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 이 날도 교수님을 찾은 환자분들이 가득했습니다.)


Q1 : 스스로 나는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니 : 교수님은 심혈관 질환의 대가로 진료 현장 뿐 아니라 방송, 학회, 인터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계신데, 스스로를 어떤 의사라고 표현하고 싶으신지 또는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의사다운 의사’

홍교수 : 저는 어렸을 때부터 ‘OO다운 OO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군인은 군인 다워야 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하며 의사는 의사다워야 한다고요. 그래서 의대에 들어와서 ‘가장 의사다운 게 뭘까?’를 늘 고민하며 지냈어요.

그러다가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심장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보니 건강한 심장을 만들어 주는 일, 심장을 치료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영속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가장 의사다운 의사 같았어요. 그래서 심장내과를 선택했죠.


‘조금 더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

홍교수 : 많은 환자를 마주하다 보면, 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의 정도와 삶의 환경은 전부 달라요. 학업에 바쁜 학생, 육아에 바쁜 주부,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너무 다양하죠. 그래서 이들이 같은 질병이라 해도 동일한 방식의 치료가 이루어지면 안 됩니다. 환자의 생활 환경을 증상과 함께 고려해서 최적의 치료 방법과 주기를 제시하는 것이 정말 환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증상을 유발하는 가장 핵심 원인을 치료하는 것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일이 진정한 맞춤형 치료인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어렵긴 하지만 전통적인 의료 지식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찾아나가려고 노력해요.

지니 :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원래 타고난 얼리어답터이신가요?

홍교수 :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건 불과 1년 전이니까요. 지금도 스마트폰이 어색해요. 편리함을 주는 대신 많은 것을 또한 뺏어가는 느낌이에요. 언제 어디서든 자꾸 확인하게 되니까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일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새로운 기술, 새로운 분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는 과정을 즐겨요.

벌써 10년 전 일이에요. 그 때는 유전질환이 더욱 생소할 때였고요. 심장내과에서 가장 흔한 유전질환이 비후성 심근병증(HCM)이에요. 근데 유전체 기술도 발전하고 임상 데이터들이 축적되다 보니, HCM과 유사한 증상을 가진 희귀질환이 발견되고 세분화된 결과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내원한 환자들 중 HCM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었는데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간의 차이점이 느껴졌어요. NGS을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해봤는데 ‘파브리병’으로 진단이 된 거죠.

운이 좋게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었고, 그 덕에 환자분은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아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그런 순간을 마주하고 나니 아찔하더라고요. 만약 제가 유전자 검사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 환자분은 HCM으로 진단 받고 계속 그에 맞는 치료만 했을거니까.

그런 일을 계기로 좀 더 전문성을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비후성 심근병증 및 파브리병 클리닉을 열고 개인 맞춤 진단과 치료에 집중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파브리병 환자가 약 200명 정도 되는데 50명 정도가 저희 클리닉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오고 있어요.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개인 맞춤 치료를 좀 더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Q2 : 유전자 검사와 진단을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지니 : 10년 전이면 유전체 분석이 이제 막 의료 현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때이네요.

홍교수 : 제가 의대 다니면서 가장 어려워했던 게 유전학이에요. (웃음) 외울 것도 많고 복잡하고. 그런데 비후성 심근병증이 가장 대표적인 유전질환 중 하나이고 빈도도 높다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어요. 명확한 병원성 변이가 잘 알려져 있어서 실제 의료 현장에 많이 활용되기도 하고요. 심지어 진단이 아닌 예방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해요.

지니 : 예방 목적이라면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홍교수 : 특히 장시간 뛰며 경기를 하는 축구선수는 강한 심폐지구력을 필요로 하죠. 그래서 경기 도중 심장돌연사나 심정지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덴마크의 에릭센 선수)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우 비후성 심근병증, 브루가다 증후군, QT 연장 증후군 등 유전자 변이로 인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국가대표 A매치 출전 전에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장 두께 이상이나 유전변이 위험을 확인하기도 해요. 이런 것처럼 특수 직업 환경에 있는 분들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런 검사가 선제적으로 필요하기도 합니다.



Q3 : 파브리병 진단에 유전자 검사가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지니 : 심장내과에서 다루는 질환 중 HCM과 혼동될 수 있는 게 파브리병이죠. 대사 질환이라 여러 장기에 걸쳐 전반적으로 증상이 보이기도 해서 판단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경우 유전자 검사가 도움이 되나요?

홍교수 : 파브리병이야말로 치료제가 있으니 조기 진단의 이점이 매우 큽니다. 과거 병원에서 HCM으로 진단된 12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보니 20명 정도는 파브리병이었더라고요. 심장이 두꺼워지는 현상이 비슷해서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요. 다른 장기의 이상을 다 보지는 못하니까요.

다만, 파브리병이 희귀질환으로 구분되어 있다 보니 환자나 가족들의 거부감이 큰 편이에요. 그래서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파브리병이야말로 당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좀 더 비싼 당뇨랄까요? 파브리병은 치료제도 있고, 진단도 유전자 검사로 명확히 가능하고, 또 환자 1명을 진단하면 가족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까지 가능하니 얼마든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뇨가 인슐린이 부족해서 발생되는 여러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처럼, 파브리병도 GLA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Gb3가 축적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증상을 관리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도 행운이죠. 치료제가 있으니까!

지니 : 교수님 말씀처럼 희귀질환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이 상당히 크다 보니 환자나 가족분들의 두려움이 커지는 것 같네요. 이런 걸 보면 단편적인 진단 뿐 아니라 환자를 마주하는 과정, 이해시키는 소통의 과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홍교수 : 그렇죠. 그래서 우리 클리닉에서는 유전 상담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정 진료과에 국한되어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치료하기보다 다학제적 팀을 구성하여 여러 합병증을 함께 관리하는 부분에 환자분들의 만족도가 큽니다.



Q4 : 쓰리빌리언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은 어떠신가요?

지니 : 현재 다케다와 쓰리빌리언이 함께하는 파브리병 환자 발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기존 방식에 비해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홍교수 : 과거에는 파브리병을 주로 소아 청소년과나 임상유전학과에서 많이 다뤘어요. 이 유전질환이라는게 임상의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영역이라, 유전질환이 의심되면 그 쪽으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 과정에서 환자를 놓치거나 환자가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고요. 진단을 받은 후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 하고 있는 검사는 임상의가 현장에서 바로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환자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저희이고,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빠르게 샘플을 채취할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나 혈액을 안 뽑아도 되니 그것도 장점입니다.

지니 : 그렇군요. 큰 병원에 가면 진료와 진단을 위해 여러 곳을 방문하며 힘들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책임진다는 느낌이라 환자분들도 더 믿음이 갈 것 같습니다.

NGS 방식을 이용한 검사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패널에서 WES 검사로, WES 검사에서 WGS 검사로 계속 확대되어 가죠.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분석 기관을 두루 경험하셨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홍교수 : 뚜렷한 질병이 의심될 때는 굳이 WES 검사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사질환처럼 증상이 다양하게 발생되는 경우에는 근본적인 증상과 2차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 WES 검사가 더 도움이 돼요.

지니 : 저희가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결과를 어떤 범위로 드리는 게 좋으세요?

홍교수 : 하나만 선택해야 하나요? (웃음) 우선, 결론이 명확한 결과지가 가장 좋죠. 환자 수가 많다보니 모든 경우에 세부적으로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보통 임상의가 의심하는 질환이 있어요. 결과를 받았을 때 그 질환으로 진단 결과만 명확하게 보이는 것으로 충분해요. 그런데 의심했던 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진단이 되어지면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긴 하죠. 왜 선택되지 않았는지? 그럴 땐 세부 결과가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쓰리빌리언의 경우 임상팀 상담 채널이 잘 열려 있어서 좋습니다.



Q5 :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마주하시면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니 : 환자들의 맞춤 치료, 관리를 위해 많은 기술이 활용되고 발전해가는 건 맞지만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점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해가는 회사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홍교수 : 나에 대해 정확히 안다는 것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점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비용은 비싸니까요. 그래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스크리닝 검사도 필요하지만, 진단이 되면 치료제가 있는 질환들(파브리병이나 TTR 아밀로이드증)이나 구체적인 치료나 관리가 가능한 질환들을 대상으로 가격 부담을 낮춘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니 : 네, 좋은 의견이네요. 진단 결과에 맞게 치료 방안이 제시될 때 검사의 실효성 또한 높아지니까요.



Q6 : 마지막 질문입니다. 쓰리빌리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지니 : 돌발 질문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쓰리빌리언은 어떤 회사인지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

홍교수 : 정말 돌발 질문이네요. 음, 유전질환의 선구자! 복잡하고 어려운 유전자 검사를 쉽고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회사라 저는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의 신뢰도도 높고요. 과거에는 검사를 해외로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건 환자에게도 희망이지만 저와 같은 의사에게도 희망이죠.

지니 : 너무 영광스러운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 문장에 부끄럽지 않은 쓰리빌리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 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간혹 저희가 하는 일을 의료진의 역할을 침해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으시더라고요.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고, 저희는 의료 현장에서 조금 더 환자에게 집중하실 수 있게, 선생님들의 시간을 덜어드리는 동료가 되고 싶습니다.

홍교수 : 그럼요. 저도 쓰리빌리언이 어려운 부분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힘을 합쳐야 환자들에게 더 나은 답을 줄 수 있으니까요.

지니 :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좋은 경험과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공유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여 좋은 이야기 전해주신 홍그루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