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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체 불량 1순위: “EDTA에 담긴 혈액, 왜 굳어 버렸을까?

    유전자 검사 | 25. 11. 10

검사실에서 가장 좌절스러운 순간이 언제일까요? 어렵게 받은 환자의 혈액 검체를 열었는데, ‘응고(Clot)’ 덩어리가 발견될 때입니다.

분명 항응고제(Anticoagulant)가 들어있는 보라색 뚜껑, EDTA 튜브를 정확히 사용했는데도 말이죠. 이 샘플은 100% ‘검체 거절(Rejection)’ 대상이며, 환자는 결국 피를 다시 뽑아야 합니다.

이 안타까운 상황은 대부분 ‘채혈 후 10초’ 안에 벌어지는 작은 실수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완벽하게 알려드립니다.


1. 튜브 안 상황: 굳으려는 혈액과 막으려는 EDTA

이해를 위해, 튜브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 굳으려는 혈액: 혈액 응고 캐스케이드 (Clotting Cascade)
    혈액은 몸 밖으로 나오는 그 0.1초의 순간부터 ‘응고’라는 폭발적인 연쇄 반응을 시작합니다. 칼슘(Ca²⁺) 이온을 ‘점화 플러그’ 삼아 수초 내에 굳어버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막으려는 EDTA (항응고제)
    튜브 벽에 하얗게 말라붙어 있는 이 가루(혹은 소량의 액체)는 ‘칼슘 제거기’입니다. 혈액 속 칼슘 이온을 자석처럼 낚아채서 ‘점화 플러그’를 모두 빼앗아 버리죠.

요약: “응고”가 시작되기 전, “EDTA”가 모든 혈액과 닿아 칼슘을 먼저 낚아채느냐에 달려있습니다.

2. 응고 원인 

✅ Case 1: Inverting 부족 (90%, 가장 흔한 원인)

  • 상황: 채혈 후, 튜브를 랙(Rack)에 그냥 꽂아 둡니다.
  • 결과:
  1. 혈액은 무거워서 튜브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2. EDTA 가루는 튜브 벽면에 묻어있습니다.
  3. 바닥에 가라앉은 혈액은 벽면의 EDTA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합니다.
  4. ‘점화 플러그(칼슘)’가 그대로 살아있는 이 혈액은, 튜브 바닥부터 조용히 굳기 시작합니다. (Micro-clot 발생)
  5. 나중에 섞어봤자 이미 늦습니다.

✅ Case 2: Inverting 지연 

  • 상황: 환자 한 명에게서 여러 개의 튜브(e.g., SST, EDTA, Hemo)를 뽑습니다. 3개 튜브 채혈이 다 끝난 후, 한꺼번에 섞기 시작합니다.
  • 결과:
  1. 가장 먼저 뽑은 EDTA 튜브는 이미 30초~1분간 방치되었습니다.
  2. 그사이 응고 캐스케이드는 이미 승리했습니다.

3. 응고 말고도 거절되는 원인이 또 있다구요? “너무 강하게 섞어서”

‘용혈(Hemolysis)’도 혈액 검체 거절의 또 다른 주요 요인입니다.

  • 상황: 튜브를 칵테일 셰이커처럼 격렬하게(Vigorously) 흔들어 버립니다.
  • 결과:
  1. EDTA는 잘 섞일지 몰라도, 연약한 적혈구(RBC) 세포벽이 물리적인 충격에 모두 터져버립니다.
  2. 적혈구 안의 헤모글로빈이 밖으로 새어 나와 혈장이 붉게 변합니다.
  3. 이 ‘용혈’ 샘플은 DNA 순도를 떨어뜨리고, 다른 화학 검사(K+ 수치 등)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결국, 너무 안 섞으면 ‘응고(Clotting)’로, 너무 세게 섞으면 ‘용혈(Hemolysis)’로 검체가 거절됩니다.

4. 해결책: ‘즉시’ + ‘부드럽게’

  • EDTA 튜브에 혈액이 정량만큼 채워지면, 주사 바늘을 뺀 즉시 튜브 캡을 닫습니다. 
  • ‘흔들지(Shake)’ 말고 ‘뒤집습니다(Invert)’ – Inverter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없다면 손목 스냅을 이용해 8자 모양을 그리며 부드럽게 8-10회 반복하며 섞어 줍니다. 

이 ‘골든 10초’의 습관이 환자의 두 번째 채혈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검체 팁 시리즈를 모두 살펴보세요!

1️⃣ 유전자 검사에 활용되는 샘플 별 특징 – 혈액, 구강, DBS 완벽 비교

2️⃣ 골수이식과 수혈 환자, 왜 혈액이 불가능한가요?

3️⃣ Buccal Swab의 함정 – “뺨을 긁었는데 왜 다른 DNA가 나와?”

4️⃣ 검체 불량 1순위 – “EDTA에 담긴 혈액, 왜 굳어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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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kjin Lee

기술 및 시장 통합 전문가 | 글로벌 헬스케어 혁신 유전체 데이터 기반 의료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저는 좋은 기술을 시장 요구에 맞춰 영향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시장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촉진하여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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