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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이범희 교수 “신생아 희귀질환 500여개, ‘K-gNBS’로 증상 전 찾는다”

뉴스 | 26. 08. 28
  • 질병청 지원 K-gNBS 본격화…2026~2028년 1800건 WGS 계획
  • 500여개 희귀질환 임상적 유용성 검증…최대 약 800개 유전자 분석
  • 쓰리빌리언, WGS·변이 해석 담당…국가 표준·관리체계 구축 추진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가 최근 약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신생아기는 유전검사가 공중보건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아이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K-gNBS’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아기가 검증된 검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시작하고, 부모가 이를 충분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천성대사이상질환 등 기존 신생아 선별검사를 보완해 더 많은 희귀 유전질환을 조기에 선별하려는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 지원 아래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whole-genome sequencing, WGS)을 활용한 ‘한국형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K-gNBS)’ 사업이 본격화됐다. 사업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진행되며 총 1800건 규모의 WGS가 계획돼 있다.

질병관리청 지원 아래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팀이 주관연구기관으로 전체 사업을 총괄한다. 희귀질환 진단기업 쓰리빌리언은 유전체 분석 및 변이 해석 수탁기관으로 참여해 신생아 WGS와 검사 결과 보고를 담당한다.

K-gNBS의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유전질환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신생아기에 발견했을 때 실질적인 임상적 이득이 있는 질환을 선별하고, 변이 해석과 결과 보고, 확진검사, 유전상담, 치료 연계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약 500개 희귀질환의 위험을 조기에 확인해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고 향후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 체계로 확장할 근거를 마련한다.

실제 분석 범위는 기본 약 600개 유전자에서 선택 항목을 더해 최대 약 800개까지 확대할 수 있다. ‘500여개 희귀질환’은 사업의 선별 대상 질환 규모이고, ‘최대 약 800개’는 분석 대상 유전자 규모다. 질환 수와 유전자 수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분석 범위를 넓힐수록 다양한 희귀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한 약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전장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경제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생아기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환을 발견하고 조기에 중재할 수 있어 유전검사가 공중보건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기존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K-gNBS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국가 지원 신생아 선별검사는 약 60~70개 질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선천성대사이상질환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일부 리소좀축적질환도 포함된다. 진단이 늦으면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식이조절이나 치료제를 통해 중재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이 밖에도 훨씬 많은 유전질환이 있다. 현재 일반 신생아 집단에서 이런 유전질환을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체계적으로 선별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반면 유전체 분석 기술은 크게 발전해 전체 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단계까지 왔다.

신생아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관리하면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질환이 있다. 이런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K-gNBS의 역할이다.

영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도 주정부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고 국가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약 500개 희귀질환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신생아기 또는 소아기에 발병하는 질환인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변이가 있을 때 실제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 즉 침투도가 높은지다. 유전변이가 있다고 해서 모두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 가능성도 중요한 기준이다. 다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만 선별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치료제가 없더라도 조기 중재나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선별의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기준은 WGS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된 뒤 다른 검사로 확진할 수 있는지다. 유전체 기반 선별검사 결과 자체가 확진을 의미하지 않는다. 후속 검사를 통해 진단을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대상 질환은 다학제 전문가 논의와 해외 프로젝트의 선정 기준을 참고해 결정했다.

K-gNBS의 임상적 유용성은 무엇으로 판단해야 하나.

변이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WGS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돼도 그것만으로 질환이 확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별 양성 이후 확진검사로 연결되고, 실제 질환이 확인되면 조기에 중재하거나 치료해 환자의 삶의 질과 예후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법이 없는 질환에서도 조기 진단은 의미가 있다. 원인 질환을 진단하지 못하면 다음 임신에서 같은 질환이 재발할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원인 질환을 확인하면 가족에게 향후 임신과 재발 위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K-gNBS의 임상적 유용성은 질환 발견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확진검사 연계, 조기 중재와 치료, 환자 예후 개선, 가족에 대한 유전상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검사기관별 분석 범위와 변이 해석 차이는 어떻게 줄여야 하나.

변이 해석 기준은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면서 계속 바뀐다. 현시점에서 근거가 가장 명확한 표준화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분석기관의 경험과 전문성, 정확도도 중요하다. 대규모 검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인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오류를 줄여야 한다. 이번 사업에서 WGS와 변이 해석을 맡은 쓰리빌리언도 이런 전문성과 정확도, 자동화된 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참여하고 있다.

결과 평가에는 임상의뿐 아니라 진단검사의학 등 서로 다른 전문영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양성과 위음성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분석기관의 전문성과 정확도, 표준화된 분석 시스템, 신속한 업데이트 역량, 다학제 검토 체계가 K-gNBS 국가 표준의 핵심 요소다.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된 이후에는 어떤 국가 관리체계가 필요한가.

검사만 하고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선별 양성 신생아가 확진검사와 전문의 진료, 유전상담, 치료까지 연결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재원과 함께 개별 환자를 관리하는 코디네이터, 전문화된 유전상담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체계는 제도적·경제적 지원 없이 운영하기 어렵다.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K-gNBS를 국가 공중보건 체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의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신생아 건강을 연구사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공중보건과 사회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미국 등 해외 gNBS와 비교했을 때 한국형 모델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영국의 Generation Study는 신생아 10만명 모집을 목표로 WGS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200개 이상의 희귀 유전질환과 관련된 약 500개 유전자를 분석한다.

Generation Study는 기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신생아 혈액 선별검사와 별도로 진행되는 연구다. 미국도 뉴욕과 보스턴 등을 중심으로 gNBS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후발주자인 만큼 선행 국가의 경험을 활용해 공중보건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K-gNBS는 분석 대상 질환과 유전자 범위를 확대해 신생아 단계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을 보다 폭넓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유전체 데이터 재분석이다. 새로운 근거가 축적되면 과거 임상적 의미가 불명확했던 변이의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재분석 절차를 공식화하고, 신생아 선별검사에서 음성이었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유전질환이 의심되면 기존 유전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필요하면 부모 검체와 비교해 아이의 진단에 활용하는 가족 분석도 진행한다. 이는 부모의 질환을 선별하기 위한 검사가 아니라 신생아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절차다.

서울아산병원·국립보건연구원·쓰리빌리언 등 다학제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나.

서울아산병원은 임상 연구를 중심으로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한다. 쓰리빌리언은 유전체 분석 및 변이 해석 수탁기관으로 신생아 WGS를 수행하고 검사 결과 보고서를 제공한다.

K-gNBS에서 유전체 분석은 전체 프로세스의 출발점이다. 쓰리빌리언이 생산하는 정확한 유전체 분석 결과는 후속 변이 해석과 임상 평가, 확진검사로 이어지는 전체 과정의 신뢰성을 좌우한다. 분석기관의 전문성과 정확도가 사업의 핵심 기반인 이유다.

이와 함께 법·윤리 문제와 경제성·효율성을 평가하는 연구진이 참여해 다학제 구조를 갖췄다. K-gNBS는 의학적 타당성만으로 국가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윤리·법적 문제와 경제성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히 유전체 분석의 정확성은 전체 사업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분석기관의 표준화된 시스템과 임상 전문가의 판단이 결합돼야 위양성과 위음성을 줄이고 신뢰도 높은 국가 표준을 구축할 수 있다.

K-gNBS를 검증되지 않은 민간 검사 중심으로 확대하기보다 국가 표준을 갖춘 공중보건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이런 다학제 협력 구조가 중요하다.

K-gNBS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의 부모에게 이 프로그램을 알리는 것이다. 모든 신생아에게 검사를 강제한다는 의미가 아닌, 검증된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고 검사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하기 어렵다. 국가 표준과 관리체계가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의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가 먼저 확대되면 이익추구 중심의 시장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업화보다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해외 선행 경험을 활용하면서 국내 의료환경에 맞는 의학적·윤리적·법적·경제적 구조를 갖추고, 이를 지속 가능한 국가 공중보건 모델로 정착시키는 것이 K-gNBS가 풀어야 할 과제다.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기사원문 : https://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2&nid=33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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