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파브리병 진단을 함께 해주신 김지희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이 글은 2022년 9월 29일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파브리병은 X-연관 열성 유전의 희귀 유전성 대사 장애입니다. 다리와 팔의 통증, 감각 이상, 흉통, 발한 감소, 혈관종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따라서 초기에 임상 증상만으로 파브리병을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진단 후 효소 대체 요법(ERT)을 사용하여 근본적인 치료를 시행하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잠재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쓰리빌리언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파브리병을 진단하고 약물을 처방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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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 진단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저희 병원에서는 파브리병 진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파브리병의 원인 유전자인 α-갈락토시다제 A(GLA) 유전자에만 초점을 맞춘 단일 유전자 검사만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유전자를 한 번에 보는 검사로 변경되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파브리병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환자를 처음 봤을 때 처음부터 파브리병을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뚀한 기존 검사는 채혈이 필요해 의사도 환자에게 검사를 권유하고 시행하는데 부담이 있었습니다. 쓰리빌리언은 구강상피 세포 샘플로도 의뢰가 가능하여 진료 현장에서 바로 검체 채취가 가능하고 보관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심장초음파 전문의이신 만큼 파브리병과 관련된 증상을 자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파브리병을 확진할 수 있는 강력한 임상 증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브리병을 강력하게 의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인 레드 플레그는 심전도(ECG), 심초음파(ECHO), MRI 검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로 좌심실비대(LVH)가 짧은 PR 간격과 동시에 발견되면 파브리병을 의심합니다. 심장초음파를 판독할 때는 항상 임상의가 작성한 의료기록을 확인하고 심장초음파에서 LVH가 발견되면 고혈압과 같은 다른 동반 증상이 있는지 의무기록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 LVH : 좌심실 비대증
  • HCM : 비후성 심근병증
  • PR interval : 심전도 간격

쓰리빌리언에 의뢰된 약 80건의 검사 중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2명은 Inc.로 결과를 전달 드렸습니다. 이 중 파브리병 치료제를 처방 받은 사례가 있나요?

네, 총 두 명의 환자가 파브리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환자분은 심전도 검사에서 심한 LVH 소견을 보였는데,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파브리병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으신 상태였습니다. 저 역시 파브리병을 의심하였고 예상대로 유전자 검사 결과 파브리병으로 진단이 되셨습니다. 환자분께서는 ERT 약물을 처방 받아 현재 부작용 없이 잘 치료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환자분은 가족 모두가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 받은 경우입니다. 환자분께 질 출혈 발생하여 급히 응급실을 찾았고 산부인과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수술 전 사전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 우연히 LVH가 발견되었습니다. PR 간격의 단축은 없었지만 호흡곤란을 동반한 출혈성 빈혈 증상이 있어 파브리병을 강하게 의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초음파 상 LVH 소견이 있어 예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파브리병 진단 받아 약을 처방해드렸습니다.

또한 자녀분들 역시 파브리병 의심 증상이 확인되어 유전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25세인 아들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급성 손발 통증과 신경통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신경과에서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처방 받고 계셨습니다. 어머니에 비해 아들의 증상은 파브리병의 증상과 더 유사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도 파브리병으로 진단되어 약물 처방이 완료되었습니다. 딸은 아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지만 일반적으로 증상이 약한 편이었어요. 또한 짧은 PR이 보였지만 LVH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력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했고, 그 결과 딸에게도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병원에 내원한 후 약을 처방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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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 환자는 진단을 받으면 치료가 쉬워지나요?

사실입니다. 파브리병은 치료가 가능하기에 다행스럽게도 환자가 진단을 받은 후 가족 구성원에 대한 검사까지도 다소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HCM은 그렇지 않습니다. 심부전학회에서도 유전성 심근병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환자의 가족들은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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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상담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는 보험이 적용되는 처방약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들이 보험이 적용되는 처방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에서 말씀 드리면 3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증상이 잘 나타나는 편이라 보험 급여가 잘 되곤 합니다. 특히 심장초음파의 소견이 급여 조건에 명확한 기준으로 나와 있어 보험 급여 대상자로 확정되는 과정이 타 과에 비해 수월한 편입니다.

쓰리빌리언을 통한 검사 경험은 어떠셨나요?

새로운 변이가 발견되었을 때 ClinVar에 변이에 대한 정보를 등록한 덕분에 환자를 더 빨리 진단하고 약물 처방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제안점이 있다면, 현재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4~6주로 안내해주고 계신데, 이 날짜를 특정해주시면 외래 일정을 잡기가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김지희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