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진단생활은 희귀질환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 인터뷰입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개선되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청취하고 그를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두번째 손님은 강남 세브란스 병원 한진우 교수님입니다. 한진우 교수님은 소아 안질환 전문가이자 유전학 전문가입니다.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8월 29일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는 쓰리빌리언의 CBO(Chief Business Officer) 이숙진 이사(Genie)와 CMO(Chief Medical Officer) 서고훈 이사(Seossam)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아래는 쓰리빌리언의 질문과 한진우 교수님의 답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니 : 안녕하세요. 의료 현장에서 희귀질환 환자를 마주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들의 경험을 통해 저희도 배우고, 유전학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께 유용한 정보를 전달드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해요.


Q1 : 어떻게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셨나요?

지니 : 의대 진학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한교수 : 제가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시기는 1998년 IMF 시점이었어요. 잘 아시다시피, 사회적으로 무척 불안한 시기였습니다. 저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잘해서 전기공학계열의 공대 진학도 고민했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결국 의대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Q2 : 어떻게 안과 전공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지니 : 의대 전공 종류가 굉장히 많고 또 세부 분과도 많은데, 어떻게 소아 안과 전문의의 길을 가게 되셨나요?

한교수 : 우선, 안과는 다른 전공 분야에 비해 특수하고 전문화되어서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강남 세브란스병원 안과는 망막, 녹내장, 각막, 소아안과, 성형안과의 5개 분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저랑 가장 잘 맞는 소아안과 분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각 영역이 워낙 특수해, 분과의 의사들이 보는 환자들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요. (3차 병원에 계신 소아안과 분과의 의사분들은 국내에 100명 정도 계신다고 합니다.)

안과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안과 장비 때문이에요. 안과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수학과 공학이 접목된 정교한 의료 장비들이 많은데, 전공을 고민할 때 이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Q3 :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처음 적용하게 되셨나요?

지니 : 어떻게 처음 안과 희귀질환 진단을 하게 되셨나요? 처음 환자를 마주한 상황이 궁금하네요.

한교수 : 2015년 봄 4, 5월 정도였어요. 소아 환자의 어머니가 눈맞춤이 안 된다고 아이를 데리고 진료를 받으러 오셨어요.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가 의심되는데, 당시에 이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23개 유전자 중 원인이 될 만 한 하나의 유전자를 찾아야 했어요. 기존에 알고 있던 방법은 한 번에 하나씩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이라 한번에 검사할 수 있 는 방법을 찾으려고 진단 검사과 이승태 교수님께 이메일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마침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방법이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NGS를 활용함으로써 바로 진단을 할 수 있었고, 블로그에 이런 진단 사례를 올리니까 많은 소아 환자 어머니들이 보고 찾아 오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많은 진단을 할 수 있었죠. 이승태 교수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Q4 : 안과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진단율은 어느정도 인가요?

지니 : 부모가 유아기 아동의 시력 발달이 정상적인지,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쉽게 판단이 가능하신가요?

한교수 : 질환마다 차이가 있으나,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는 진단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생후 100일 정도의 영아에서 불수의적 눈떨림이 발생하고 눈맞춤을 못하는 등 뚜렷한 증상을 보이면, 제 경험으로는 의심 환자의 90% 이상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병원성 변이를 찾을 수 있었어요. 종종 증상이 모호한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는 바로 유전자 검사를 하기보다는 조금 지켜보자고 할 때가 많아요.


Q5 :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치료제가 많이 있나요?

지니 :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진단이 잘된다고 하셨는데, 진단된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많이 나와있나요?

한교수 :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중 RPE65형에 대해서는 노바티스의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다른 유전자가 원인인 경우에는 치료제가 없어요.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는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서 생활에 지장이 크고 보호자의 전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그래서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별로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드리고, 가족 계획에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Q6 : RPE65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가 적용된 사례가 있나요?

지니 : RPE65형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의 유병률과 럭스터나의 약가를 생각하면 적용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관련 경험이 있으세요?

한교수 : 국내에 RPE65 유전자 변이로 진단된 IRD(Inherited Retinal Disease) 환자가 많지는 않아요. 저는 세 분 정도 만나봤어요. 질병관리청을 통해서 진단이 되어 치료제도 투여 받은 분이 계신데, 치료 효과가 뛰어나서 SBS 인터뷰도 하고 그 당시 이슈가 많이 되었어요. 치료제 투여 이후에 호전 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굉장히 놀랐어요. 반면에 어떤 분은 치료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지,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치료제에 사용에 부정적인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RPE65 치료제는 굉장히 효과가 크고, 아직 급여화가 되지 않았지만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어요. 기업의 펀딩이든 크라우드 펀딩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이 마련될 수 있으니, 진단된 분들은 가급적 치료제 처방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7 : 치료제가 없는 안과 희귀질환도 유전 진단을 통한 이익이 큰가요?

지니 : 치료제가 있는 RPE65 유전변이로 인한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전체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의 약 6%를 차지함) 이외의 대다수의 치료제가 없는 질환들은 유전 진단으로 인한 이익이 없을까요?

한교수 : 그렇지 않습니다. 진단이 의학적 처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추가 검사를 위한 인사이트를 주거나 증상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족성 삼출성 유리체망막병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다공성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단이 되면 골다공증에 대한 추가 검사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인 유전자는 ‘MRI를 찍어보자’, ‘신장 초음파를 해보자’와 같이 추가 검사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데, 특정한 선천성 백내장은 식이제한을 통해 질병 악화를 늦출 수 있고 COL2A1으로 인한 스티클러 증후군 환자들은 크라이오테라피(냉동 치료)를 통해 만 20세 정도에 발병하는 망막 박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요.


Q8 : 안과 희질환 환자는 몇 분 정도 진료받고 계신가요?

지니 : 소아 안과 진료실에서 유전 질환이 아닌 환자들도 많이 보고 계시죠. 한해에 새롭게 진단되는 희귀질환 환자가 얼마나 되나요?

한교수 : 새롭게 진단하게 되는 희귀질환 환자는 연간 5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 어릴 때 발병하는 소아 환자지만, 늦게 발병하는 RPE65 성인 환자들도 유전자 검사 후 진단을 합니다. 진단율은 early onset 질환의 경우 80-90%도 가능한 것 같고, 전체 진단율은 5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RPE65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질환만 놓고 보면, 진단율은 좀더 낮고요.


Q9 : 패널부터 WGS까지 유전 진단에 활용해보셨는데, 장단점이 어떤게 있을까요?

지니 : 교수님께서는 패널 검사부터 WES, WGS 검사까지 두루 이용하고 계시고, 직접 판독도 하시는 유전자 진단 전문가이신데, 각각의 검사법들의 특징은 어떤게 있을까요?

한교수 : 패널은 분석도 용이하고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한 depth도 높고, CNV도 보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WES 검사의 경우에는 새로운 유전자 발견이나 재분석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또 패널 검사를 시행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유전자들에 대한 분석도 모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Q10 : 명료하거나 상세하거나, 어떤 결과지가 더 도움이 되나요?

지니 : 저희는 결과 해석에 드는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많은 정보를 추려서 최대한 명료한 결과지로 전달드리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떤 방향을 더 선호하세요?

한교수 : 진단 결과가 명확한 Positive일 때는 명료한 결과지가 좋은데, Inconclusive 결과일때는 의심되는 변이 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가능한 많이 받고 싶어요. 그 중에서 유력한 변이를 찾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Q11 :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지니 : 많은 의사 선생님들께서 유전자 검사를 제안하고 결과를 상담하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이야기하세요. 교수님께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한교수 :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 부모에게 유전자 검사를 함께 요청하는 경우에 ‘누구 잘못인지 판별하려고 하는 거냐’는 식으로 오해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지니 : 맞아요. 그래서 de novo(새로 발생한) 변이인 결과를 전달할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고 말씀하신 선생님도 계셨어요.

한교수 : 네, 그리고 유전자 검사 이후 충분한 상담을 해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어려움도 있어요. 가능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려고 하는데, 다른 외래 환자들도 많다보니 진료 시간이 부족하곤 해요. 이런 역할을 도맡아 줄 유전 상담사가 있으면 좋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수가 문제, 비용 문제 등으로 도입에 어려움이 많아요.


Q12 : 쓰리빌리언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니 :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과 처치를 위해 의사 선생님들께서 많은 애를 써주고 계시네요.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 기업으로서 저희가 더 잘 돕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교수 :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진단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직접 환자를 보는게 아니라서 어려운 점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주문 페이지도 편리하게 되어 있어 진단을 위해 최대한 상세한 증상 정보들을 드리고는 있는데, 쓰리빌리언 입장에서는 직접 환자나 이미지 자료를 보는 건 아니라서요. 저희에게 가장 좋은 건 기업에 안과 전문의가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고요. 대신 환자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13 : 쓰리빌리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지니 : 자, 이제 저희 인터뷰 시리즈의 공통 질문이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쓰리빌리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요?

한교수 : ‘유전 진단 선도기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희귀질환 유전 분석에 집중하고 계시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접목해 나가며 계속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지니 :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신 것도요. 내년 2월에 보스턴의 Ocular Genomics Institute에서 연구하시면서 안식년을 보내신다고 들었는데, 가셔서 좋은 진단 기술 경험하셔서 한국의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고 언제든 희귀질환 진단과 관련해 도움드릴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