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궁금해해 본 적 있나요?


WHO는 희귀질환을 10만 명당 65명 미만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EU는 2,000명 중 1명 미만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명의 사람들이 다양한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희귀질환은 7,000여 가지가 넘고 질환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각 질환의 유병률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각각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의 일관성과 형평성 그리고 의료진의 전문성과 데이터도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 결과 희귀질환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취업이나 교육 기회도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관련 정부 정책을 통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희귀질환 환자들은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정책 결정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 환자 지원을 위한 정책 수립의 첫걸음은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것입니다. 희귀질환을 다룬 영화는 교육보다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 태도와 관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학술 논문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원더> 속 희귀질환 환자의 모습을 통해 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영화 <원더> 속 희귀질환

2017년 개봉한 영화 <원더>는 안면 기형을 앓고 있는 소년 어기가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재치 있고 호기심이 많지만,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할로윈 복장 때문에 크리스마스보다 할로윈을 더 선호할 정도로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기의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는 10살 아들이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합니다. 어기의 누나 비아 역시 아들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를 지지합니다. 그렇게 가족이 전부였던 어기는 처음으로 숨겨왔던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으로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습니다.


하지만 첫 날부터 그는 '특이한 외모'로 인해 화제의 인물이 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그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27번의 성형수술을 견뎌낸 어기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용기를 내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잠시 영화 <원더> 속 어기가 앓고 있는 희귀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기의 안면 기형은 두개골의 특정 부위 발달 장애로 인해 태아가 안면 부위에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희귀 유전 질환인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에서 비롯됩니다.

증상과 신체적 특징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광대뼈, 턱, 입, 귀 등의 안면 기형, 머리의 특징적인 기형, 눈 이상, 귀의 구조적 이상, 청력 손실 등이 주요 특징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대칭적으로 나타나며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며 지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환자의 90% 이상은 TCOF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습니다.

영화 <원더> 속 트리처 콜린스 중후군 환자의 삶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기와 그의 가족의 삶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일반 가정과 다릅니다.

첫 번째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어기를 돌보는 엄마 이사벨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하는 어기의 여동생 비아의 삶의 결정은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번째 관점은 희귀질환을 바라보고 대하는 세상의 시선입니다. 어기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학교를 가지 않던 이유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고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줄리안이라는 아이는 어기를 계속 '괴물'이라고 부르며 비웃습니다.

매일 혼자 점심을 먹던 어기는 어느 날 과학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잭 윌이라는 반 친구의 문제 풀이를 도와주고,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할로윈 날, 어기가 할로윈 가면을 쓰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 잭은 어기가 가면 뒤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교장 선생님이 부탁해서 어기와 친구가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어기처럼 생기면 자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기는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잭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원더>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십 번의 수술을 받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공감의 부족과 사람들의 편견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양측 소이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이 영화를 보고 "딸이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봤는데, 사람들이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불편함이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표현했습니다.

영화 속 어기는 희귀병을 앓으며 냉혹한 현실에 맞닥뜨리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극복해 나갑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힘겹습니다. 흔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설령 건강보험으로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해도 환자의 삶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평생 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좌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어떤 영화도 환자들의 고통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라도 우리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가 그들을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희귀질환 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료적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대사처럼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